낮게 윙윙거리는 소리.
덤덤히 지나가는 하루, 그러나 그 작은 곤충의 몸속에서도 ‘전쟁’은 일어나고 있다.
도망치거나 싸우거나, 먹거나 굶거나.
그들도 고요한 공포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 스트레스란 무엇인가?
사람에게 스트레스는 생존 본능이다.
심장이 빨라지고, 손바닥에 땀이 차고, 뇌는 비상 경계 태세에 들어간다.
그럼 곤충은?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질문을 회피했다.
"곤충에게 감정이 있을까?"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그들에게 적용해도 될까?"
🐜 놀라운 실험: 바퀴벌레와 전기 충격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에서 진행한 한 실험.
투명한 유리 상자 안에 바퀴벌레를 넣고, 반복적으로 빛과 전기 자극을 준다.
초기에는 이 자극에 무표정(?)하게 반응하던 바퀴벌레가,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 먹이를 먹지 않는다
- 구석에 숨어 있다
- 반복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이게 뭐냐고? 바로, '불안 회피 행동'이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과 거의 유사하다.
🧠 곤충의 뇌에는 감정을 담당하는 구조가 있을까?
곤충은 ‘뇌’라고 부를 만한 중앙 집중형 구조가 있지만, 인간처럼 복잡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도파민 (기쁨)
- 세로토닌 (기분 안정)
- 옥토파민 (아드레날린 대체 물질)
이 세 가지 신경전달물질은 곤충에게도 존재한다.
즉, 그들도 우리가 느끼는 '기분 변화'를 아주 단순화된 형태로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스트레스가 곤충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
- 번식력 감소: 스트레스 받은 꿀벌은 여왕벌을 제대로 키우지 않는다.
- 면역력 저하: 파리에게 스트레스성 자극을 주면 감염에 더 취약해진다.
- 행동 변화: 개미는 외부 위협이 지속되면 이동 경로를 평소보다 더 복잡하게 만든다.
이 모든 건, 그들이 ‘환경에 대해 학습’하고 있으며, 그 학습이 ‘스트레스 반응’이라는 걸 보여준다.
🧘🏻♀️ 인간과의 공통점은?
- 환경 자극에 대한 방어 반응
- 기억과 학습을 통한 회피 행동
- 자극 축적에 따른 생리적 변화
과학자들은 이것을 ‘감정의 원형(Primitive emotion)’이라고 부른다.
인간처럼 정교하진 않지만, ‘느끼고 반응하는 시스템’은 이미 진화 초기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 도덕적 질문: 곤충도 고통을 느끼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제 질문은 바뀐다.
"그들을 죽여도 될까?"가 아니라
"그들도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면, 우리가 무관심해도 되는가?"
이건 단순한 생물학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한 문제다.
📚 참고한 논문 & 자료
- Adamo, S. A. (2012). "The Stress Response and Immune System in Insects."
- Roelofs, M. et al. (2016). "Invertebrate emotions: Evolutionary background and neurobiological correlates."
- Perry, C. J. & Baciadonna, L. (2017). "Emotion in Invertebrates: A Conceptual Framework."